건강정보

건강칼럼

홈으로_ 건강정보_ 건강칼럼

제목

폐경기 여성, '이상지질혈증' 주의해야..."심혈관질환 위험 ↑"

image

이상지질혈증은 피 속에 지방(지질) 성분이 과다해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균형이 깨진 상태를 말한다. 당뇨병, 고혈압과 함께 매우 흔한 질환으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발표한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국내 성인 5명 중 2명이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대 이상 여성의 유병률이 가장 높은데, 이는 폐경 후 에스트로겐 감소로 지질대사 균형이 무너져 이상지질혈증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내분비대사내과 김병준 교수(가천대 길병원)는 "이상지질혈증은 오랜 기간 방치될 경우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폐경기에는 지질 수치와 혈관 기능이 함께 변화할 수 있으므로, 생활습관을 조기에 개선하고 정기적으로 지질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폐경기 여성의 이상지질혈증 발생 원인과 예방 및 관리 방법 등에 대해 짚어본다.

에스트로겐 감소, 지질 대사 무너뜨리고 혈관 노화 유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에너지 대사, 지방 분포, 지질 합성, 혈관 기능 등 신체의 대사와 순환을 조절하는 핵심 호르몬이다. 그러나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줄면 이러한 대사 균형이 무너지며, 지질 대사와 혈관 기능 모두에 연쇄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처리하는 기능이 떨어지면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ldl(저밀도지단백) 제거 능력도 감소해 '나쁜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기 쉬워진다. 이 과정에서 염증과 함께 죽상경화반(플라크)이 형성돼 동맥경화가 촉진된다.

반면, 에스트로겐이 활성화하던 hdl(고밀도지단백) 생성은 줄어들어 '좋은 콜레스테롤'의 보호 효과도 약화된다. 이와 함께 tg(중성지방)과 ldl 입자의 구성 성분인 아포지단백 b(apob) 수치가 함께 상승하면서 지질 불균형이 심화되고, 혈관 내 플라크가 더 쉽게 쌓이는 환경이 조성된다.

혈관 자체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김병준 교수는 "에스트로겐은 혈관 내피세포에서 no(산화질소)를 생성해 혈관을 이완시키고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폐경 후 호르몬이 줄면 no 생성이 감소해 내피 기능이 떨어지고,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류 흐름이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ldl 상승과 내피 기능 저하가 겹치면서 죽상동맥경화증이 빠르게 진행된다. 죽상동맥경화증은 혈관이 점차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질환으로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이 된다.

tg·hdl 변화는 대사 이상 신호...복부 비만도 주의해야
이상지질혈증은 혈액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정기 건강검진에서는 tc(총콜레스테롤), ldl(저밀도지단백), hdl(고밀도지단백), tg(중성지방) 등 네 가지 주요 지표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기준에 따르면, 다음 항목 중 하나라도 기준치를 벗어날 경우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 총콜레스테롤(tc) ≥ 200mg/dl
▷ ldl 콜레스테롤(저밀도지단백) ≥ 130mg/dl
▷ hdl 콜레스테롤(고밀도지단백) < 40mg/dl
▷ 중성지방(tg) ≥ 150mg/dl

김병준 교수는 "이 중에서도 tg의 상승과 hdl는 대사 이상을 알리는 주요 지표이며, tc 수치 변화도 함께 살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폐경기 여성, 당뇨병 전단계에 있는 사람, 내장지방 축적이 심한 경우에는 tg와 hdl의 변화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지방이 복부 중심에 집중되는 경우, 내장지방에서 분비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tnf-α, il-6 등)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해 지질 대사에 악영향을 준다. 이로 인해 tg는 상승하고 hdl은 감소하면서 혈중 지질의 균형이 무너진다. 여기에 혈압이나 공복 혈당까지 함께 오르면, 이상지질혈증을 포함한 대사증후군이 이미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폐경 후 에스트로겐 감소는 복부비만을 촉진하고, 인슐린 저항성과 지질 이상을 동시에 악화시켜 동맥경화를 가속화한다"며, "체중, 혈압, 혈당, 복부둘레의 변화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식단·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 필수..."필요 시 약물 병행도 고려"
이상지질혈증 치료는 생활습관 교정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김병준 교수는 "식단 조절, 운동, 체중 감량을 통해 약 3개월간 변화를 관찰한 뒤에도 ldl 콜레스테롤이 목표 수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운동은 주 3~5회, 하루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의 중등도 강도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이는 tg를 낮추고 hdl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식단은 포화지방과 단순당 섭취를 줄이고, 채소, 통곡물, 견과류, 올리브유, 등푸른생선 위주의 지중해식 식단을 따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흡연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니코틴과 산화물질은 ldl을 산화시켜 동맥경화를 촉진하고, hdl 수치를 낮춰 지질 불균형을 악화시킨다.

또한 고혈압·당뇨병·흡연·심혈관질환 가족력 등 위험 인자가 있는 경우에는 조기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때는 스타틴(statin) 계열 약물이나 항혈소판제를 병행해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조기에 차단한다. 스타틴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효소(hmg-coa 환원효소)를 억제해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물로, 장기 복용이 필요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상지질혈증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되기 쉽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심각한 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년 이후 여성이라면 폐경을 전후해 지질 수치를 꼭 점검하고, 건강한 노후를 위한 관리에 미리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